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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소비를 어떻게 다루는가 본문
소비는 욕구가 아닌 욕망에 의해 추동한다. 헤겔(Hegel)은 인류 물질문명의 본질적인 동력은 자아실현이라고 주장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동물은 생리적 욕구를 만족한 후에 더 이상 상위 단계의 욕구가 없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라캉의 욕망이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캉은 익히 인간에게서는 욕구는 배제되고 욕망만이 남았다고 지적한 적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에서 필요를 빼면 욕망이 남는다. 바꿔서 말하자면 인간은 필요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욕구의 충족 상태에 다다를 수 없다.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인, 즉 생존의 욕구가 충족된 뒤에도 욕망이란 여집합이 남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러한 욕망은 외적 대상을 향하는 것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인간 욕망의 특성상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특성을 띠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남이 원하는 것을 쫓고, 갈망하며, 때에 따라서는 이에 굴복하기도 한다.
인간은 본능이 아니라 관습에 의해서 완성된다. 우리는 내재적인 욕망으로 추동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는데, 현실 세계에 있어서 이러한 내재적인 욕망과 자아실현 추구함은 소비라는 관습으로 드러난다. 소비는 우리의 삶에 생산보다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은 타고난 소비자이며, 부단히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삶 전체를 유지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뇌 속에는 욕구 기반 시스템들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이들, 즉 균형 시스템, 지배시스템, 자극 시스템에 의해서 삶을 지배하여 행동한다. 이 욕구 시스템들은 동시 활성화가 가능하며, 서로 협력하여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소비란 하나의 행위 그 이상이다. 소비자 활동의 동인은 구체화되거나 고정된 일련의 욕구가 아닌 욕망이다. 소비란 본능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소비는 단순한 경제 행위 이상으로 우리의 사회와 문화에 깊숙이 침투한다. 사람들은 소비를 그 자신의 언어로, 즉 사회적 표식을 확립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인류는 스스로의 욕망에 추동되어 끊임없이 사회와 문화를 확장하여 역사를 써왔다고 할 수 있다.